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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과 언어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묘사하며 서술하는가에서 그/자신의 내면 지도를 읽을 수 있다. 그걸 정확히 그려내는 능력과 노력, 그걸 정제하고 까발릴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자가 시인이다.이브 본푸아는 헤겔 「정신현상학」 문장을 제사(題詞)로 쓰며 죽음을 품지 않은 삶, 또 다른 시작을 품지 않는 죽음은 없다고 말한다. 헤겔의 변증법이 삼각형(정반합)의 순환고리를 이루듯 말이다. 우리는 품음과 동시에 해체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정신의 삶은 죽음 앞에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이것은 자신을 죽음과는 전혀 무관하도록 지키는 삶 또한 아니다.이것은 죽음을 감내할 뿐 아니라 죽음 안에서도 유지되는 삶이다."그 뒤 죽음이자 현존의 상징인 본푸아의 두브 가 걸어 나온다. 포의 애너벨 리 보다 더 강력한 모습으로.이브 본푸아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의 원작 시집명은 두브의 운동과 부동에 관하여 이다. 역자 이건수 교수는본푸아가 "움직임과 머무름 외에 언어 와 육체 도 이 시집의 두 기둥 테마"(p6)로 여겼기에 이 모두를 강조하기 위해 바꾸어 번역하였다고 밝혔다. 이 시집의 강력한 추동인 죽음 과 현존 을 생각하면 타당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헤겔의 문장이 이 시집의 제사로 쓰인 것은 시 내외적으로 의미가 있다. 초현실주의가 강력하던 시절 문학 수련을 했던 본푸아는 "초자연의 감추어진 힘을 믿으며 종교적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는 주관적 직관의 오묘한 세계"(p100)에 천착하는 초현실파에 거부하는 헤겔식의 인식론적 유물론자였다.브르통과 결별 뒤 독일 실존철학의 대가 장 발 교수 문하에서 공부하며 이 시집의핵심 주제이기도 한 나에 대한 의문은 존재의 생성 변천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p101)는인식을 구축하게 되었고, 미학을 가르치던 앙드레 샤스텔 교수를 통해서는 관념보다 실재를 더 우선한다 는 가르침을 얻어이 시집에서도 강력히 드러나고 있는 "땅, 물, 불, 돌, 바람, 나무"(p102)의 소재들을 쓰는 것으로 환상적 이미지나 관념적 이미지를 배격하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이 시가 초현실성, 추상성, 관념성을 철저히 벗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조형예술이 이미지를 통해 재현되듯 언어예술도 언어를 통해 재현되기때문이다. 본푸아도 그 어려움을 시 전반에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의 세계가 명확한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한까지 말하고 있듯언어의 세계도실재와 형이상학을 모두 함축하고 있기때문이다. ● 두브이 시집은 두브의 죽음과 장례 의식, 부활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본푸아는 "두브를 욕망의 억압과 고착에 관계 깊은 오이디푸스적 여인이라고 규정"(p104)했고, 역자는 "모리스 블랑쇼 「오르페우스의 시선」에서 묘사하고 있는 시인의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의 모습"에 더 가까울 거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본푸아에게서 오르페우스를 느끼기 보다 애드거 앨런 포가 첫사랑 사라 엘마이라 로이스터를 그리며 쓴 시에서「애너벨 리」의 죽음과 함께그들만의왕국으로 승화하던 화자가 더 환기됐다. "*나는 두 손 안에 그대의 죽은 얼굴을 부여잡으리라. 추위 속에 네 얼굴을 누이리라. 움직이지 않는 그대 몸 위에 내 손으로 죽은 이들에겐 불필요한 몸단장을 해 주리라.*오렌지 온실이 그대의 거주지가 되리.또 다른 빛 속에 세운 평석 위로그대 자신의 심장을 누이리라.그대 얼굴은 불이 붙어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번져 가리.저 멀리 돌 틈에서 그대 이름은 두브가 되리깊고도 검은 두브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얕아도 줄어들지 않는 물."ㅡ「정의」 중(p80~81)이 시집에서 역자가 스쳐가듯 밝히는 대목에서도 단초가 있다. "독자들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그(il)"는 본푸아 청년기의 미완의 단편 「신명 심판」의 주인공 장(JEAN)을 연상시킨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 안(Anne)과 함께 빛이 찬란한 오렌지 온실에서 희생과도 같은 죽음을 택한다."(p71)본푸아의 오렌지 온실 은 포의 바닷가 왕국 과 닮았다.--- "본푸아가 청년기에 감탄해 마지 않으며 경사하던 독일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 한스 벨머(Hana Ballmer)는 자신의 에로틱한 집념을 관절이 분리되는 일련의 인형 제작으로 작품화하였다. 말이 없으며 항상 미소 띤 얼굴, 사지가 절단돼 떨어져 나가 결국엔 그 육체성이 해체되어 버리는 이 시편의 "여인(celle)"은 벨머의 인형들과 무관하지 않은데, 이는 인간 정체성의 은연한 붕괴를 다룬 것이다." - 「낮은 목소리들과 불사조」에 대한 역자 주석● 다시 죽음"불사조", "도룡뇽" 등의 영원회귀적 소재, 죽음과 삶의 중간자적 존재 "카산드라", "메나드" 등의 신화 속 인물들은 우리의 언어 속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 시집의 마지막 장 "진정한 장소"에는 길 잃은 자를 맞아 줄 가난한 집, 겨울철 더러운 도심의 브랑카치 예배당, 싸움터, 도룡뇽의 장소, 사슴이 도망치는 나무 숲 속이 각각의 시로 제시된다. 삶도 죽음도 거기 똑같이 있다.우리가 혹은 우리의언어가 불완전해 그것을 다 담지 못할 뿐이다.
프랑스 시문학의 정통 계승자
프랑스 시인 이브 본푸아는 보들레르와 랭보, 말라르메의 뒤를 잇는 시인으로, 오랫동안 프랑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또한 첫 시집 머리글을 헤겔의 정신 현상학 의 한 구절로 대신할 만큼 독일 관념 철학에 정통한 시인이기도 하다. 인간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자연스레 생과 사의 형이상학적 세계를 시의 주제로 삼곤 했다. 그 결과 그의 시집은 지극히 난해하고 다의적인 텍스트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철학자 시인의 언어와 육체
이브 본푸아의 첫 시집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 은 한 편 한 편 읽는 시가 아니라, 시집 전체의 구성을 참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본푸아에게 시란 세계의 이러저러한 단면들의 미메시스(모방)도 아니고 감정의 토로는 더더욱 아니며 일종의 시적인 형식으로 써내는 철학이기 때문이다.
1부의 시들은 1에서 19까지 번호만 매겨진 무제 시편이다. 드라마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시상을 전개했다. 2부 마지막 몸짓 에서도 이러한 연극성은 계속 유지된다. 여기에는 「나무들에게」,「유일한 증인」,「진정한 이름」, 「불사조」등 죽음의 상황을 연출한 아홉 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3부 두브는 말한다 는 아예 주연 배우 두브 를 등장시켜 독백하는 형식을 취했다. 2부가 죽음의 상황을 보여 줬다면, 3부는 두브 의 목소리를 빌어 부활을 노래한다. 죽음의 비애를 애써 감추는 듯한 두브의 목소리는 삶과 죽음의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4부 오랑주리 는 도롱뇽을 통해 죽음 속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도룡뇽은 부동(不動)과 동(動)-죽음과 삶-사이에서 표류하는 인간의 불안을 이미지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5부 진정한 장소 는 본푸아의 시 쓰기와 시를 정면에서 바라보게 한다. 여기서 진정한 장소 는 시(詩) 또는 시 쓰기 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원작 시집명을 직역하면 ‘두브의 운동과 부동에 관하여’가 될 것이다. 때문에 2001년 이 시집을 처음으로 번역 소개할 당시에는 두브의 집과 길에 대하여 라 번역하였다. 그런데 본푸아는 움직임과 머무름 외에 ‘언어’와 ‘육체’도 이 시집의 두 기둥 테마로 여겼다. 이 모두를 강조하기 위해 개정판에는 제목을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 이라고 바꾸어 번역하였다.
연극
마지막 몸짓
두브는 말한다
오랑주리
진정한 장소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 두브, 아름다운 죽음의 현존 (이건수)
추천의 글 : 세계의 양면성, 존재의 환원성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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