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의 는 매력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슬픔이 없다니? 그것도 십오 초? 저절로 손이 간다. 책장을 더듬고 어루만지다가 한 편씩 읽어 나간다. 음미하듯 천천히. 때론 빠른 호흡으로 넘기기도 하고, 때론 중간에 멈춰 긴 숨을 내뱉기도 한다. 어느 시집이든 그러하겠으나 여유와 안정이 없다면 시는 읽히지 않는다. 심보선의 시는 익수하지만 생경하다. 인간의 감정이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법이니 시에 담아낸 정서가 익숙하다는 말은 하나마나 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이 진부해지기 쉬운 법. 조심할 것은 시인뿐이 아니다. 편안한 감상과 한 방울의 눈물을 원한다면 멜로드라마를 찾아 볼 일이다. 시를 통해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비극과 절망이다. 희망과 기쁨은 그것을 둘러싼 후광처럼 자연스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