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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의 두께에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제목. 그런데, 이 책 의외로 재미있다(그런 면에서 이 책을 먼저 읽고 리뷰를 쓰신 Gypsy님께 감사드린다. http://blog.yes24.com/document/10575539). 말 그대로 현대 유럽의 역사를 통사의 형식으로 개괄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저자의 독자적인 해석을 사양하지 않고 있으며, 세부적인 일화(逸話)도 풍부하다. 장(障)을 길지 않게 나눠 놓은 것도 이 책을 지루하게, 그리고 딱딱하게만 읽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중 하나다. 현대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들어봤던 것도 있고, 그러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것도 있기에 책을 읽는 재미가 더 생기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유럽의 ‘현대’를 1815년부터 잡고 있다. 1815년은 나풀레옹 전쟁이 끝나고 빈회의가 개최된 해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에게 농락에 가까운 지배를 받다가 가까스로 물리친 국가의 지도자들이 모여 유럽(그 당시까지만 해도 그들은 거의 세계 전부라 생각)의 새로운 질서(빈체제)를 만들어간 모임이 빈회의였다. 저자가 바로 이 시점을 유럽 현대의 시작점으로 잡은 것 자체가 저자의 독자적인 시각이 들어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잡지 않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이나 제1차 세계대전 언저리가 현대의 시작점인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현대의 문제’가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고 보았다. 저자는 그 문제(대문자로 시작하는 Questions)를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독일 문제, 유대인 문제, 아일랜드 문제, 사회문제, 여성 문제, 동방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들이 19세기 이후 유럽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국가와 사회 세력 간에 갈등과 나아가 전쟁에 이르게 한 문제들이라 보고 있으며,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유럽 현대의 역사라 본다. 따라서 저자는 긴장감을 놓치 않고, 각 사건들을 이야기하면서 끝까지 이 문제들을 언급한다. 이 2세기에 걸친 유럽 현대사에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시대가 있었고(물론 현대를 그 이후로 상정하지만, 현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사건과 시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빈회의 이후 유럽의 재편, 산업 혁명, 각종 이데올로기의 대두와 혼란, 벨 에포크 이후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1930년대의 대공황,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등장(나치즘과 파시즘), 스탈린의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다시 새로운 세계질서의 재편, 냉전, 1960년대 새로운 세대의 등장, 그리고 냉전 종식과 소련의 붕괴. 이 거대한 흐름을 저자는 숨막히게 전개시키고 있다. 역동적이라 아니할 수 없는 역사이고, 그 역사에 대한 역동적인 서술인 셈이다. 옮긴이인 장문석 교수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모든 것은 신비적인 것으로 시작되고 정치적인 것으로 끝난다.”는 문장이다. 장문석 교수는 이 말을 “’혁명의 신비’가 모든 사람을 한순간 사로잡았다가 결국 환멸과 구토가 이어지고 ‘현실 정치’로 수습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말하자면 저자 앨버트 린드먼은 ‘혁명의 이상’을 그리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현실 정치’가 더 믿을 만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생각은 (유럽의 현대를 낳게 한)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에 대한 기대가 양 극단으로흘러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를 낳게 했다는 해석에서 나온다. ‘혁명의 신비’, 즉 이상에 대한 추구가 가져온 폐해에 대해서 심각하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 히틀러의 나치보다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죽인 사람의 숫자를 강조하고, 그 사회가 더 숨막히는 사회였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어쩌면 히틀러의 독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얘기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히틀러의 독일, 나치즘에 대한 변명 같아 보여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해석은 68혁명에 대한 조롱 비슷한 것으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의 모든 해석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줄어들지 않는다. 토니 주트의 『포스트 워』를 읽으면서 느꼈던, 유럽과 세계의 역사에 대한 포괄적인 개괄을 통한 시야의 확대를 또 한번 느꼈다. 그걸 지루하지 않게 느꼈다면 더 할 나위 없는 것 아닐까.
대륙과 문명의 세계사 2권. 현대 유럽의 파노라마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러시아와 동독, 폴란드, 헝가리, 옛 유고슬라비아와 체코슬로바키아에 이르기까지 동유럽과 중부유럽의 역사에 할애된 지면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상당하다. 서쪽과 남쪽, 북쪽으로 대서양과 지중해, 스칸디나비아(북극해)라는 또렷한 경계를 지닌 유럽의 동쪽 경계를 흑해와 카스피 해, 캅카스산맥과 우랄산맥으로 정하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늘 변두리로 다뤄져 온 러시아와 동유럽이 유럽사의 주류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주요한 변수였음을 새삼 깨닫게 되고, 유럽에 가까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역사가 보여 주는 몇몇 흥미로운 단면들과도 마주치면서 독자들의 시야는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서유럽에 치우친 역사서술을 재조정하여 하나이면서도 여럿인 오늘날 유럽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국가와 민족, 지역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다채로운 전통과 문화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조감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개설서가 흔히 놓치는 주제와 쟁점, 평가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특정 국가나 민족의 관점으로 이해하던 사건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읽어 내는 분별력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바스크인을 비롯한 소수민족, 집시나 유대인, 북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이주민과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 등 민족국가의 변두리에서 삶을 이어온 이들에게도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다.


머리말
서장 유럽이란 무엇인가

1부 낭만주의와 반란
1장 프랑스혁명의 유산
2장 빈회의와 포스트-나폴레옹 시대
3장 변화의 엔진
4장 이데올로기의 파종기

2부 자유주의, 민족주의, 진보
5장 자유주의 투쟁과 승리, 딜레마와 패배
6장 민족주의와 민족 통일
7장 19세기 중반의 안정화와 근대화
8장 낙관주의, 진보, 과학

3부 대불황에서 세계대전으로
9장 불황에 단련된 1870~1880년대
10장 벨 에포크, 독일과 러시아
11장 벨 에포크, 프랑스와 영국
12장 제1차 세계대전의 기원

4부 유럽 내전
13장 제1차 세계대전
14장 러시아혁명
15장 파리강화조약
16장 1920년대 자유민주주의의 딜레마들
17장 스탈린주의 러시아와 국제 공산주의
18장 파시즘과 나치즘의 발흥
19장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20장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5부 재건과 냉전 1943~1989년과 그 이후
21장 승전, 평화, 처벌
22장 독일 문제와 냉전의 기원
23장 혁명의 신비, 이데올로기와 현실
24장 제국주의의 종식과 유럽의 재건
25장 새로운 세대의 등장
26장 데탕트, 동방정책, 글라스노스트

결론 유럽의 미래, 남은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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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제나 좋다. 보는 것도 영화에 대한 글도 좋다. 영화 리뷰를 쓰는 게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일단은 다른 사람의 리뷰를 부지런히 읽으면 그래도 감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평론도 자주 접하려고 한다. 알고 보니 매년 발행해 온 책이었다. 해마다 수십 편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그 수많은 영화 가운데 그 해의 가장 좋은 영화를 꼽는다. 내가 보지 못한 영화도 많고 내가 본 영화도 있다고 반가워한다. 그리고 그 영화를 떠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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