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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은 장날이었다. 기껏 짐을 싸서 공항까지 나갔지만 전날부터 계속된 비바람에 비행기는 결국 뜨지 못했다. 타고 앉아 있는 시간이라고 해봤자 1시간도 채 되지 아니하거늘, 기상이변에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으니 그제서야 제주도가 섬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온전한 제주도 방언을 구사하는 이와 대화를 하면 과연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까. 제주도는 그날부터 서울촌놈에게 멀고도 먼 이국이 되어버렸다.
두 명의 저자는 방송작가였다. 작가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글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방송작가는 우리의 생각마냥 고상(?)하지가 못하다. 글 쓰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섭외를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산다. 얌전히 앉아 글 쓰는 것만을 즐겼다가는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 10년이 넘은 베테랑 작가들이었지만 두 인물은 계속되는 생에 지쳐있었다. 제주도로 향한 것은 다분히 급작스러웠다.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전생에 지구를 구하기라도 했던지 두 인물은 즉흥적으로 제주도행을 결정지었다. 낭만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아 보였던 제주도일지라도 여행지나 관광지 아닌 삶의 터전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살 집을 구하는 게 어렵다. 육지로, 못해도 제주도 시내로 진출한 이들이 남긴 빈 집이야 찾으면 넘칠 거다. 하지만 제주도는 육지의 도시와는 달라서 계약서랄 게 없다.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겠노라 결심을 했다면 우선적으로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떨쳐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괜찮은 집을 추천해주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 혼자서의 이동이야 쉽겠지만 자녀가 딸린 가족이라면 이주에 딸린 고려 사항이 많다. 무엇보다도 고민되는 것은 자녀의 교육문제이다. 명문대 진학이나 대기업 입사 등의 목표를 내려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래저래 걸림돌이 많은 게 바로 제주에서의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은 살면살수록 제주도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형태의 ‘신뢰’가 제주도엔 있었다. 야트막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의 형태를 보면 이는 여실히 알 수 있다. 낯선 이가 등장하면 어쩌려고 담을 저리도 낮게 둘러쳤는지 걱정부터 앞서는 게 서울촌놈의 심보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달랐다. 옆집에 이사를 왔다며 인사를 건네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이름이 무엇이며 나이가 몇 살인지, 왜 제주도까지 내려와 살기로 작정했으며 얼마나 머물다 갈 것인지 등은 사실 부대끼며 사는데 그리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대신 그들은 상추 뜯어줄까, 김치 먹을 건 있느냐 등을 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저자를 제 삶의 한 조각으로 끌어앉았다.
제주 토박이들을 닮는 건 시간문제인 듯했다. 제주에는 역시나 타지에서 이주해온 이들이 제법 있었다. 도시에서의 삶이 지쳐 새로운 곳으로의 이주를 꿈꾼 끝에 마침내 제주에 터를 잡은 이들. 그들 역시 급작스러운 저자의 방문과 인터뷰 요청에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모두가 살가웠던 건 아니나 조금은 무뚝뚝하다 싶을 정도의 침묵조차도 억지로 쥐어짜낸 친절보다 감동스러웠다. 삶의 모양새는 제각각이었다. 가장 흔한 것이 게스트하우스였고, 커피숍, 라면집, 도서관 등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목수 일을 하며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을 꿈꾸는 일에 발을 들인 경우도 있었고, 무모하다 싶을만치 혼자 이주를 감행한 끝에 이제는 수중 영상촬영 전문가로 나름 뿌리를 내린 이도 있었다. 그들의 삶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일부는 한 번 이주를 했다가 정착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는 말이 통하는 외국과도 같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까지의 삶이 빚어낸 권태 등으로부터 그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꼭 금전적으로 부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떨쳐냈기에 가능했던 보다 풍요로운 그들의 삶이 나는 부러웠다.
아무리 제주라 하여 모든 게 갖추어진 공간은 아니다. 그리고 한 번 자리잡은 곳을 박차고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은 인간에게 쉽지가 않다. 저자가 책의 말미에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왜 내가 제주살이를 꿈꾸는지를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했으면 한다. 질문은 10개에 불과하지만 모든 질문을 답을 하다 보면 꼭 제주여야만 하는 건 아닐지라도 지금 내가 지향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의 틀은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제주 이민 앓이’를 해오던 KBS 「수요기획-제주에 살어리랏다」 방송제작팀이 한 계절을 제주에서 살면서 캐낸 제주 이민의 속살을 정직하고 맛깔나게 담아냈다.
제 1장에서는 10년차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김경희 씨가 8살 아들과 함께 ‘엄마’의 입장에서 제주 이민자 12명의 달콤살벌한 제주 정착기를 전한다. 제주에서 어떻게 먹고 살며, 어떻게 집을 구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는지, 정착 비용과 기간은 얼마나 들었는지 등 구체적인 이민 정보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함께 버무려져 읽는 맛까지 더한다.
제 2장에서는 14년차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정화영 씨가 60일간 제주 서쪽마을 저지리에서 살면서,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써 제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알짜배기 생활 정보와 함께 들려준다. 배 타고 제주 가는 법, 빈집 빌리는 법, 집을 살 때 필요한 점검사항, 육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괸당(제주토박이)’과 친해지는 방법, 텃밭 가꾸기, 살림 장만과 이사, 제주 오일장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들이 작가의 유쾌하고 엉뚱한 에피소드와 함께 어우러졌다.
덧붙여, 제주 이민에 관한 독자의 속마음을 점검할 수 있는 ‘제주 이민 진심도 체크리스트’를 부록으로 실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로망만 가지고 제주에 내려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은 제주 이민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기보다 독자의 속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 이민 지도
프롤로그
제1장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제주를 만났다
- 김경희 작가의 제주 이민자 11인 어쿠스틱 관찰기
1. 제주 이민 초보라면, 그녀를 찾을 것! 「달리도서관 박진창아 관장」
☞ 제주 이민을 결심할 때 고려해야 할 3가지
2. 제주 게스트 하우스, 그 흔하지만 어려운…… 「함피디네 돌집 함주현 최정은 부부」
☞ 제주의 교육환경이 궁금하다고?
3. 제주에서 카페나 할까? 「카페 최마담네 빵다방 최은별」
☞ 최마담네 빵다방의 탄생과정이 궁금하다고?
4. 어디에서 살지? 월세도 아니고 연세는 뭐야? 「사진작가 이겸」
☞ 제주도에서 집 구하는 현실적인 방법들
5. 제주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카페 아일랜드 조르바 디야나&바비야」
☞ 제주도에서 기다림과 외로움과 친구 되는 법
6. 도시의 그녀, 어떻게 제주마을 이장이 됐을까? 「금등리 이장 고춘희」
☞ 제주 인맥, 연애하듯 기브앤테이크(Give&Take)하라!
7. 제주 재이민, 감귤농사에서 해물라면으로 재도전하다 「해물라면집 이진원」
☞ 제주도에서 농사짓기 VS 장사하기
8. 제주에서 해녀를 만난 적이 있나요? 「협재 해녀 할머니」
☞ 바다의 어멍, 제주 해녀의 숨비 소리를 들어라!
9. 장애인에게 제주 이민이란?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공예작가 공민식」
☞ 장애인이 꿈꾸는 공동체 마을을 위하여!
10. 푸른 제주 바다 속으로 풍덩? 아니 찰칵! 「수중 영상촬영 전문가 김강태」
☞ 제주 바다올레길에 가볼까?
11. 여행하듯 지금은 제주에 살 뿐! 「공1000 게스트 하우스 육충현」
☞ 삶과 예술과 여행이 공존하는 방법
제 2장 우리 제주에서 살아볼까?
- 정화영 작가의 제주에서 60일 살기
1. 어제의 나보다 느리게
2. 제주 크루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제주에 배타고 느리게 가는 법
3. 택시운전사님, 집 좀 구해주세요!
☞ 제주에서 알뜰하게 집 구하는 방법
4.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감사해
☞ 제주 살림과 이사
5. 젊은 사람이 뭐 하러 왔대?
☞ ‘육지 것들’과 ‘괸당’
6. 제주의 대자연에 무릎을 꿇다
☞ 제주 마실의 매력, 오름
7. 상추를 사겠다고? 심어 먹어!
☞ 텃밭에서 얻은 스페셜 푸드 ‘금귤잼’
8. 이게 참옥돔이야, 먹어봐!
☞ 제주 오일장
9. 달밤에 괸당과 배드민턴치기?
☞ 육지 것이 괸당과 친해질 때 알아야 할 것들
10. 괸당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 제주 주민이라 알게 된 곳, 전쟁역사 평화 박물관
11. 당신도 육지에서 왔소?
☞ 제주생활의 극과 극을 알려주마!
12. 내가 만든 동네 산책길을 따라서
☞ 제주도 교통수단
13. 제주에서 아예 살 거예요?
☞ 농가주택을 구입할 때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에필로그
부록) 제주 이민 진심도 체크리스트 - 그대, 정말 제주 이민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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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없는 위기
- TCM-Science Readers:Physical Science:Pioneers of Light and Sound
- [대여] 관용
- [세트] 청춘 남녀 (총2권/완결)
- 독주자를 위한 피아노 명곡집 (일반제본)
- 내일은 실험왕 17
- 긍정 훈육법 실천편
- 메가스터디 기출외전 개념총정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 [세트] [BL] 물꽃 (총2권/완결)
- 돈 까밀로와 못생긴 마돈나
- 명화 365 행복한 미술관
- 하얗게 웃어줘 라오스
- Step Into Reading 3 : Johnny Appleseed: My Story
- The Corrections
- 위쳐 1 : 엘프의 피
-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
- 블리치 BLEACH 45
- 벼랑위의 포뇨 (崖の上のポニョ) OST
- 은혜의 영웅들
- 더벅머리 소년 빌게이츠 컴퓨터 황제가 되다
- [대여] 가고 있어
-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 진달래꽃 - 다시읽는 한국문학 추천도서 27
- 오빠지만 사랑만 있으면 상관없잖아? 9
- 시가 말을 걸어요
- 2012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 현대 유럽의 역사
- EBS 총정리 국어 문학 (2016년)
- 경선식영단어 초스피드암기비법 신토익
- 빅터 연산 초등 5학년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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